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다

시계가 오후 2시 15분을 가리키자 열차 한 대가 크라스노야르스크(Krasnoyarsk)역으로 들어섰다. 승강장은 어느새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하고 기차에 오래 앉아 있어 굳어진 몸을 풀기도 한다. 우랄 산맥 아래에 사는 할머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이동 중인 킬리야 씨(16)는 “크라스노야르스크역은 열차가 30여분 동안 정차해 있는 역”이라며 “오랫동안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기차가 역에 오랜 시간 멈춰 있을 때는 내려서 햇볕도 쬐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라 불리는 매점은 기차 안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사는 사람들로 붐빈다. 열차가 오랫동안 정차하는 역에서는 주민들이 승강장에서 그 지역 먹거리, 특산물 등을 파는 일도 잦다. 기차가 출발하는 시각이 다가오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다시 기차에 올라탄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부산에서부터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이을 ‘철의 실크로드’의 기반이 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긴 여정을 직접 체험하며 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더불어 이를 이용해 유라시아와 육로로 연결되기 위한 우리나라의 노력을 알아봤다.

 

▲ 기념비에는 건설당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길이인
9,228이 새겨져 있다. 기·종점역의 변경 및 노선 개량
등으로 인해 현재는 그 길이가 총 9,298k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블라디보스톡부터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철도로 유라시아 대륙을 동서로 관통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로, 건설 당시 그 길이는 9,288km에 달했다. 지구 둘레의 1/4에 해당하는 거리다. 그 긴 길이와 16개의 강을 지나는 지형, 기후 등으로 인해 건설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91년에 착공한 후 25년 동안 건설 공사를 진행해 1916년에 전구간이 개통됐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블라디보스톡역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야로슬라블역에 도착하기까지는 6박7일이 소요된다. 이는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를 포함해 90여개의 크고 작은 도시들을 지난다. 그래선지 기차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와 자작나무 숲에서부터 작은 마을과 아파트까지 러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시베리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눈 덮인 설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기대하기 쉽지만 여름에는 푸르른 초원과 그 위를 한가롭게 거니는 소들의 모습이 창밖으로 지나간다.

모스크바와 7시간의 시차가 있는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오전 4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함에도 느지막이 일어나 오전 11시에 열차에 오른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운행시간은 모두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하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아시아에서부터 유럽까지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만큼 기차가 달리는 동안 시간대가 7번이나 바뀐다. 시간대의 변화로 인해 열차 운영에 혼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자 열차운행 시간을 통일한 것이다.

러시아인들에게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온 가족이 함께 열차를 탄 사람들부터 혼자서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그 연령대 또한 3세의 어린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홀로 열차를 이용한 율리아 씨(42)는 “딸을 만나러 가기 위해 기차에 탔다”며 “다른 교통수단보다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저렴하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의 이용객들은 어린 아이들과 함께 열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기차 안에서 인형, 색칠 도구 등 장난감으로 기나긴 시간을 보낸다. 어린 아이는 운임을 지불하지 않고도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세살밖에 되지 않은 샤샤도 무료로 기차에 올랐다. 샤샤의 어머니 나탈리아 씨(37)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침대열차기 때문에 요금을 내지 않을 경우 침대를 이용할 수가 없어 밤에 좁은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더 저렴한 가격에 열차를 이용할 수 있어 샤샤의 운임은 지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은 여행객들의 로망 중 하나인 만큼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하는 외국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한다.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코 씨(61)는 “오랜 친구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며 “모스크바로 가는 길에 이르쿠츠크, 예카테린부르크, 카잔 등 경유지에서 내려 러시아 각지를 여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여객 수송뿐 아니라 화물 운송에도 유용하다. 러시아는 그 국토가 광활하고 환경이 혹독한 지역이 많기 때문에 철도가 매우 적합한 운송수단이다. 러시아 철도의 화물 수송 분담률을 살펴보면 파이프라인을 제외할 경우 약 87%에 달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유럽과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요 국제 수송로로 자리 잡기도 했다. 국제 운송은 일본이 유럽지역으로의 수송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서 시작됐다. 한국도 해로를 통해 화물을 러시아의 극동항만으로 수송한 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 유럽, 중앙아시아 지역 등으로 수송한다.

▲ 열차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화물열차가 지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점인 블라디보스톡역, 그 역사 내부에서 한국어를 찾아볼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톡역-부산역”이라는 한국어가 쓰인 현판은 두 역의 자매결연 협약 체결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철도공사 코레일과 러시아철도공사는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5개역 간의 자매결연 협약 또한 체결했다. 부산역-블라디보스톡역, 서울역-야로슬라블역, 춘천역-이르쿠츠크역 등이 그 대상이다. 이번 자매결연은 유라시아 친선특급 후속조치로 진행된 것으로, 코레일은 지난 7월 한반도 통일과 유라시아시대 개막의 염원을 담아 부산과 목포를 출발해 서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이르는 친선열차를 운행한 바 있다. 이번 협약 체결에 대해 코레일은 “두 기관의 협력 강화를 기반으로 상호 경험과 정보 공유를 통해 향후 대륙철도 시대를 대비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2~3개 소속간 상호 교류를 시행하고 직원 교환 연수프로그램 강화 및 추가 협력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 “유라시아 친선특급 운행을 기념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역과 대한민국 부산역이 자매결연을 맺었다. 2015년 7월 15일.” 지난 9월 30일에는 같은 내용의 현판을 부산역에 거는 자매결련 현판식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유라시아 대륙을 드넓은 교통망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국제 수송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의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를 제안한 이후 본격화됐다. 정부는 남한과 북한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의 구축을 위해 지난 8월 5일 경원선 남측 구간의 철도를 복원하는 공사 기공식을 가졌다. 이는 경원선 백마고지역부터 월정리역까지 약 9.3km 구간의 단선철도를 복원하는 사업이다. 이와 더불어 DMZ 및 북측 구간도 연결하기 위해 남북 간 협의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기공식 이후 진행과정에 대해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는 “현재 경원선 남측 구간 철도 복원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11월 중에 실시계획이 승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시계획이 승인되면 경원선 남측 구간 철도 복원공사는 본격적으로 착공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과 북한이 러시아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이는 나진-하산 간 54km의 철도를 개보수하고 나진항을 현대화해 물자를 수송하는 복합물류 프로젝트다.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하산역을 거쳐 북한의 나진항까지 철도로 운송한 후 나진항에서 선박을 이용해 우리나라로 운송하는 사업이다. 2000년에 러시아와 북한의 합의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08년 10월 러시아가 70%, 북한이 30%의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 ‛라손콘르란스’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러시아와 한국의 합의로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절반 정도를 사들여 우회 투자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4년 11월, 2015년 4~5월 두 차례에 걸쳐 시범운송을 한 바 있으며 오는 16일 7개월 만에 3차 시범운송을 할 계획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컨소시엄에 참가한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이 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핵심 계약조건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의 의의에 대해 러시아철도공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실하고 빠르게 물류를 수송할수 있다”며 “해운에 의존할 경우 45일이 걸리는 반면 하산에서부터 나진까지 기차를 이용하면 2주 만에 러시아나 유럽으로 운송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러시아철도공사는 “앞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한반도 종단철도를 복구해 한반도가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관련된 모든 국가들에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한반도 종단철도가 연결된다면 우리나라는 육로를 통해 유라시아로 진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은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에도 물류 수송에 있어서 해운에 의존하고 있는 한계를 보인다. 이는 남북한의 단절로 인해 부득이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비효율적이다. 유라시아 대륙이 넓은 교통망으로 연결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편리성, 안전성, 환경친화성 등이 재조명되면서 운송수단으로서의 철도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철도는 상품 소비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소량의 다빈도 수송이 많아지고 있는 상품 운송 경향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남북한 철도 연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가 가장 큰 문제다. 현재 평양에서 신의주에 이르는 철도 중 그 속도가 가장 빠른 구간의 속도가 평균 45km/h 정도다. 북한과 우리나라의 철도는 전력, 통신, 신호체계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반도 종단철도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일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노력들은 북한과 철도를 연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의 전단계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유럽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